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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현시원 선생님

YISUP 2017. 5. 30. 10:23

1. 사영인의 개인전은 조각, 드로잉,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가진 작가가 ‘전시공간’과 ‘(작가의) 오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작가 다루는 미감의 조심스러움과 이를 넘어서려는 의지가 함께 있었고, 장식적이지 않으며 추상적인 조형물의 상태를 가늠하고자 하는, 또 이것이 현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질문하는 시야가 느껴졌다.


 


개별 작품들이 공간에 배치되는 방식, 즉 각 작업들이 일종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연관되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으며(바닥에 놓인 비디오, 구조물이 또 다른 작업을 조망하는 방식 등) 기존 전시장의 구조(가구)를 활용한 디스플레이에서 작가가 공간을 다루는 시각이 직관적이고도 섬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배치된 각자의 작업들이 어떤 방향에서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가가 비교적 단순하게 전시장에 펼쳐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만큼 각각 제작된 작업들을 묶거나 흐트러뜨리는 작가만의 고유한 문제의식이 무엇일까 더 궁금해졌다.



이것이 반드시 언어화되어야 한다거나 전시장에 문자로 적혀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활발한 작업 활동을 시작하는 작가에게 당장 미술 어법의 고유함과 독특한 차별성의 답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조각과 미디어를 어떻게 보고 추후 다루고자 하는지 조형적 입장을 여러 각도에서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2. 작가와의 대화에서 그가 1년의 시간동안 충실하게 ‘보는 것’에 집중하자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시각예술에서 언제나 ‘보는 것’은 말하는 것, 읽는 것, 움직이는 것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는 행동이고 끝까지 따라가게 되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작가가 그간 충실하게 고민했던 미술의 역할, 참여와 ‘보고 만드는’ 행위는 꼭 현실사회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예술 작가로서의 태도 및 작업을 해나가는 긴 시간동안의 항해에 큰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면서 작가가 생각하고 보는 ‘희망’이 어떻게 물질화, 시각화되는지가 좀 더 궁금해졌고, 여전히 큰 주제고 오독의 여지가 많은 관념이라 생각하지만 좀 더 구체화된 레이어들이 관객들이 아는 곳과 모르는 곳에 위치하게 되었으면 한다. 또한 ‘형광’이라는 것이 어떤 레디메이드 색채, 어떤 조건을 만나 작가의 시각적 연구대상이자 표현대상이 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작가의 전체 작업 안에 위치해야 한다고 보며 비디오 작동 프로그램, 드로잉과 조각의 관계 등도 흥미롭게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현시원(시청각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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