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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작업에 관한 에세이

YISUP 2016. 7. 19. 16:50

동생에게 사춘기가 왔다. 하필 고3때. 동생을 보고, 같이 밥먹으며 이야기 나누다보니 고3 시절 갑작스레 타오른 작업에 대한 열망, 작가를 향한 동경으로 인해 입시를 견디기 힘들어했던 동기생각이 났다. 그때는 왜 이 시기에 저런 마음이 들까, 참 힘들겠다, 남일 대하듯 그저그런 안타까움만 속으로 삼켰는데, 막상 가족, 내 동생 일이 되고나니 아, 그때 그 친구 이야기 좀 더 들어볼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남을 위하는 성격은 아닌지라 지금의 동생을 이해하는 것에 좀 더 도움이 될까.. 싶어 했던 생각이지만.


나에게도 사춘기가 있었다. 사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도 당시에 어떤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이 지금까지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렴풋한 기억으로 그 때 했던 결정은 '잘살자????' 였던 것 같다. 


삶과, 흘러가는 시간, 나와 주변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당연한게 아니고, 이유불문 받아들이던 여러가지 규칙들이 생소해졌을 때 산다는 생각보다 왜라는 질문이 앞섰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춘기에 맞닥뜨리는 근본적인 존재에 대한 질문은, 작업을 하는 개인이 갖게되는 작업활동에 대한 질문과 닮아있다. 아무튼 당시의 나는 다시 같은 질문으로 돌아가지 않을 대답을 스스로에게 했던 것 같다. 사는것에 대한 의문, 삶이 지속되어야할까라는 의심을 꺼트리고 생에 대한 질문을 덮어버렸다. 그리고는 '잘'살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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