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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불만풍경 (불행자만에 이어서)

YISUP 2016. 7. 8. 03:18

이런식의 글을 쓴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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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불완전한 면면이 많아 부조리와 불합리함을 도처에서 목격하게 된다. 때로는 시스템이 부조리를 구조적으로 생산하기도 하는데, 이를 교묘히 눈가림하여 체계의 모순을 덮는 것을 목격할 때마다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막상 '이상적인 세계' 를 상상해보면 도통 떠오르질 않는다. 그렇다고 부조리한 삶의 단면들을 마구잡이로 들어낸 세계 또한 유토피아라고 상상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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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감상을 풀어냈지만, 나의 삶의 기저에 있는 불만과 스트레스를 학문적으로 다뤘던 태도이다. 홀로 왔다 홀로 가는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삶을 지속하는 틀이 사회이다보니 주변과 동시대의 상황들에 영향을 받게 된다. 유독 예민한 것인지, 불만과 불행에 관한 상상을 자주하고, 고민도 많이 하게된다. 점점 완벽하게 통제되는 삶을 살고싶어하고 계획적으로 스스로를 다그치지만, 그럴수록 불만은 커져가는 것 같다. 

불만이 생겼을 때 무언가를 비판하고 바꾸고자 하는 적극적인 사람이 있다면, 불만이 있는 상황 그대로를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두번째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 본인인데, 비교적 수동적이고 순응하는 태도이지만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삶을 긍정적으로 소화하려고 한다. 이런 생각들이 작업을 시작하는 기초가 되어 '불만상황' 들을 좀 더 차분히 바라보고, 그것을 희망적으로 혹은 미적으로 옮겨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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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여러모로 두렵고도 고립되는 시간들이었다. 잠들기 힘든 불면증과 함께한 시간들이 그러했고 밤에 일어나는 흉흉한 사건들의 보도로 세상이 뒤숭숭할 때 그러했다. 혼자 살적에는 대뜸 밤늦은 시간마다 방문하던 남자의 존재가 두려웠고 CCTV에 보이는, 밤에만 출몰하는 큰 크기의 벌레들도 소름끼쳤다. 낮에는 잘 보이지 않던, 밤에만 길게 늘어져 보이는 천장의 형광등 그림자 또한 음흉하게 느껴졌다. 나는 밤을 덜 무섭게 하고 싶어서 조명을 이용해 낮처럼 밝혀보려 했다. 낮의 햇빛에 익숙한 내가 어두운 밤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매일처럼 오는 밤을 어찌할 도리는 없으니 역설적으로 빛을 밝혀 밤을 이해해보고자 하였다.

이 무서운것은 어쩌면 내가 보는 사회가 강한 '통제상태' 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어둠을 밝히지 못하면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고, 그것이 두려움의 원천이 되듯, 사회는 두려움없이 밝은 상태로 많은것을 규격화하고 균질하게 만들며 통제상태에 놓아두는 시스템인것 같다. 이것이 좋은지 나쁜지, 내게 적합한 것인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인지 확신은 서지 않는다. 분명하게 느끼는 것은, 통제가 사회의 본질이라면 통제되지 않는 야만의 상태가 삶의 본질에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는 이토록 많은 사건사고와 비극적인 보도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상을 구성하여 보면, 과연 희망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찾거나 기다려야하는지 고민이 된다. 이런 저런 불만상황들 어딘가 구석에 숨어있을 것 같은게 희망인데 잘 보이지 않으니, 어쩌면 한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그다지 낭만적이지도 않은 형태로 의외의 곳에 있는게 희망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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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 밤과 파랑 희망이라는 주제로 나는 밤을 밝히고, 그려내고자 한다. 내가 가진 불만 중 두려움을 밑바탕으로 하는 밤의 시간, 일련의 인상과 사건들은 사회에 대한 생각으로 퍼저나갔고 삶의 본질을 야만상태로 이해하게 하는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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