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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SUP 2015. 3. 24. 10:30

예민한 언어


 하고싶은 이야기를 입밖으로 내는 순간 엉뚱한 방향으로 내용이 흘러가 의도와는 무관한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주로 내가 가진 의구심이 관습과 충돌하는 경우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이를테면 '


불만과 불신


 물질들을 다루다 보면 답답한 반면 생각대로 꼭 가지 않고 자기 나름의 성질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안심되기도 한다. 아마도 기질적으로 타고난 불만과 의심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의도하는 것이 어디까지 옳은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게 해서 물질에게 선택권을 일부 넘겨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역시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불만스럽고 의심스러운' 일들로부터 온다. 시위 농성장을 꽃밭으로 채워버리는 광경, 웃고 있는 동물 표지들이 가득한 동물원, 피해자를 구제할 법안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범죄상황들, 조금씩 구멍 뚫어놓은 공사장의 가림판들, 점점 빠른 속도로 소비하게 되는 기억과 시간들, 오염된 많은 용어들.. 이런 모순된 상황을 보며 느끼는 불만을 환기하는 일도 물질에게 넘겨주게 된다. 나는 몇가지 방법과 재료를 선택하고 그것들이 섞이거나 어울려 놓일 수 있도록 배치하는 일을 하고 연출된 상황 속에서 드러낼 모양새나 무게감은 재료의 선택에 맡긴다. 경화제를 섞지 않은 실리콘이 뭉치거나 흐르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내 보여주는 형상을 통해 구분짓고 정의하는 것이 연약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하며, 에폭시 안에 끓어오르는 순간이 그대로 굳은 모습에서 역사의 차가운 속성을 시각화해보고자 한다.


물성


 본 적 없는 형상을 보여주는 재료나 무게감, 물성이 강해서 존재감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재료에 매료된다. 재료의 특성에 맞추어 작업 방향은 변화하는데, 흐르거나, 가루상태이거나 점차 굳어가는 등, 재료가 가진 물성과 물리적인 조건들에 따라 작업 과정이 진행된다. 현상에 불과하던 물리적인 특성들은 당시 집중하고 있거나 뇌리에 박혀있던 나의 생각과 쉽게 연결되어 삶에 대한 은유로 바라보게 된다. 우연하게 혹은 약간의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추상적인 형태에 지나지 않던 재료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양한 현상을 보여준다. 


 흐르면 흐르는대로, 뭉치면 뭉치는 대로, 섞이거나 스며들면 또 그대로.. 어떠한 결과가 나올 지 예측하기 어렵고 기다리는 시간을 두어야 볼 수 있는 물질들을 다루게 된다. 기다리다보면 드러나는 형상과 그 형상이 만들어지기 위해 있었던 과정들을 삶에 대한 은유로 여겨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우연하게 혹은 약간의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추상적인 형태에 지나지 않던 재료들은 의미를 부여받고 나면 각 과정과 물성이 


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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