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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텍스트 본문
반지하텍스트
많은 작가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하고있는 작업 행위가 어떤 것인지, 예술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이걸 예전에는 조형 요소, 색, 덩어리감, 존재감, 질료, 물성과 같은 개념을 막바로 구현하고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답을 찾아갔었습니다. 그럴듯한, 작업같은 존재감을 찾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는, 작업을 하고자 하는 '나'에 대한 생각을 쭉 하고있습니다.
종합되지 않고 단일한 논리와 구조로 통합되지 않는 동시대 예술을 보면, 작가 개인의 개념과 세계관 하나하나가 예술의 부분을 이루고, 예술이란 용어의 정의는 없으며 총체상만이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예술에 대해 내리는 정의가 방향이 되어 작업활동을 하고 그러한 경험이 다시금 작가의 예술의 정의에 영향을 주는, 살아가는 시간처럼 상호작용하며 흘러가는 활동 같기도 하구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작가가 작업을 하는 과정에는 사회상, 개인의 인상과 같은 다양한 간섭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거죠. 그리고 작업을 하는 신체적 경험과 예술에 대한 정의, 다양한 삶의 단상들의 반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예술과 작업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생각하며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인가?' 혹은 '나는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받는가?'라는 또 다른 질문을 병렬적으로 떠올리게 됩니다.
그럼 나는 무엇일까요? 예술을 추구하고 작업활동을 하는 나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하고, 좋고 싫음을 느끼고 있을까요? 계속 파고들어 보면 제가 작업을 시작하는 시작점의 충동에는 '미감'과 '당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동시대의 많은 이미지로부터 영향 받아 구축된 미감에 대한 충동이 작업을 해나가는 강한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동시에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당위의 측면에서 제가 가진 역할과 목적의식을 작업에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연속적이거나 동시에 일어나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서로 뒤엉켜있어 뚜렷이 구분 짓기는 어렵지만, 그때 그때 어떤 기준을 더 중요시 해야할지 헷갈리지 않고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감은 내용물이 다르지만 평평하고 동등하게 서로 어울리는 표면을 가진 사물들인 것 같아요. 비슷하게 가벼워보이거나 비슷하게 쨍한 색감을 가졌거나... 아예 다른 소재의 사물들을 핸디코트로 코팅하고 사포질해서 서로 억지로 어울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게 사회 같다는 생각도 했구요.
당위성은 제가 살아가는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하면서 찾는 편인 것 같습니다. 동시대 사회의 단편과 일상들은 지속적으로 저에게 여러 간섭을 일으킵니다. 작업을 통해서는, 이건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미적인 발언이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이 흘러가는 편이구요. 하지만 재미와 즐거움도 삶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재밌어 보이거나 사물들이 자리잡은 모양새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면 쭉 진행해가기도 합니다.
사실 작가라는 신분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지 외부에 의해 정의되는게 아니다보니 지금 하고있는 일의 당위를 순간 잃어버리고 당황할 때가 있어요. 어제까진 하고있는 작업이 명확히 보이고 바쁘기만 했는데 바로 다음날 어? 뭐하고 있는거지 지금? 하며 불안해 하는거에요. 잘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업을 책임감 있게 하되 너무 무거워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반지하공간은 여러가지 용어, 정의, 규율과 같은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끊임없이 해체됐다 다시만들고 새로만드는 것이 가능한 장소같이 보였어요. 그러한 부분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엄격한데 진보적으로 엄격한 느낌...? (너무 멀리갔네요..)
전시가 맞지만 전시라고 말을 꺼내기 거북한 가벼운 무게감으로 공간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반지하는 베타공간이니까, 원래 관리자 분도 사용해본 적 있는 공간이고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쓰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니까, 그 출발점의 감정이 남아있어서 공간의 어떤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필요하니까 빌려쓰는 방 안에 나랑 관련된 혹은 반지하랑 관련된 어떤 풍경을 담아야겠다.. 는 식의 출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학자? 선생님? 이론가? 분의 저서중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대낮처럼 밝고 문제성이 없다면 고통스런 사유 행위는 불필요하며 모두가 한데 어울려 웃고 즐기며 놀 것이다."
작업을 하면서는 밝은 곳에서 재밌게 놀듯이 작업하다가 불편한 상황을 보게되면 다시 고민하거나.. 하는 식으로 왔다갔다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사는게 무엇인지 느끼는 바가 작업이나 소재에 반영되는 것 같고, 자연스럽게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업이야기
5월 한달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를 가지게 되어서 달력을 살펴보니 5월은 참 예쁘게 날짜가 떨어지는 달이었습니다. 1일이 일요일에 시작하여 달력 맨 앞부터 꽉 차있었습니다.
여러 풍경을 정해서, 공간 안에 담거나 띄우고, 한달이 지나가는 동안 계속 변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베타공간이기 때문에 전시이지만 반지하 방에 어울리는 외부에서 가져온 풍경을 잠시 넣어보는 식의 태도로 접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풍경들을 고르게 되었고, 매주 달력의 앞줄, 그러니까 일요일마다 풍경을 바꿔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상치않은풍경> 과 <불구경>, <해가 뜬 풍경>, <옛날기억>, <밤> 이렇게 5가지 풍경을 설치하려고 합니다. ‘심상치않은풍경’은 인천의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구성하게 된 조각들의 설치인데요, 공장지대에 있다보니 작업실로 들려오는 낯설고 심상치 않은 소리, 가볍고 빠른 스티로폼 등이 재료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이전에 과연 유토피아란 무엇일까, 무결점의 시스템 속에 완벽하게 적응하여 모두가 관리되는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이 되려 유토피아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선택했던 소재들 – 파랑색, 형광안료 – 과 함께 뒤섞여 첫번째 풍경의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불구경’은 두번째 풍경인데요, 아마도 첫번째 풍경을 바라보는 제 마음인 것 같아요. 무언가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도 하고 계속 움직이지만 결과로 나오는 작업을 보았을 때 느끼는 신남과 약간의 무기력함, 감정적인 불편함 등이 마치 ‘불구경하는 심보같더라’는 생각에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미감을 쫓는 행위로 작업을 할 때는 그것이 어떤 쓸모와 효용이 있는가? 라는, 이제는 어딘가 묻어두고 꺼내지도 않는 질문이 알게 모르게 머리 한구석에서 계속 작동하는 것 같고, 특정 주제나 문제의식을 작업에 담을 때는 과연 그것이 실질적인 발언과 다른 기능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책임감이 문득 고개를 쳐 들고는 합니다. 이제는 그러한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규정하며 내린 나름의 대답들 –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 이 조금씩 자괴감을 덜어줍니다. 그럼에도 제 자신을 볼 때, 작업에 대한 태도를 슬쩍 들춰볼 때 참 불구경하듯 지내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불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다른 풍경들은 좀 더 반지하에 어울리게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흔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간을 스쳐갔고, 그 흔적을 텀블러를 통해 보면서 재밌거나 신나거나 싫거나 거북하거나 했었습니다. 제가 지내는 동안은 좀 더 반지하에 익숙해져서 제가 아는 풍경을 익숙하게(?) 담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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