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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작업노트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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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예술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작업을 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태도가 어느정도 현실과 그리고 자존심, 사회와 맺는 관계에 대한 일종의 체념과 관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스스로 마음먹는게 중요했다면 그 이후, 그러니까 작업을 하겠다! 라고 결심한 이후부터는 탐구의 연속이다보니 예술에 대한 판단을 계속해서 하고있는 중.-예술은 무엇인가? 톨스토이 책을 읽어보면 당대 일종의 특권과 결합한 예술은 상류계층의 상징이었던듯하다. 특권계층이 권력구조를 행사하는 것을 예술작품 제작에 그대로 옮겨와 수많은 노예계급이 제작에 동원되고 정부차원에서 상당한 비용이 할당되는 등 현대의 예술 정의와는 연결될 수 없는 구조와 권력의 고착을 위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대가 변..
사영인2015 작업을 위해 준비해둔 재료들을 꾸준히 살펴보다 각각이 지닌 물성이 드러날 때 강하게 매료된다. 대체로 굳지 않고 흐르며 형상이 변해가는 실리콘, 에폭시와 같은 재료를 꾸준히 관찰하는데, 이들이 보여주는 형상과 원리는 종종 당시 뇌리에 박혀 있던 생각이나 고민 중인 문제와 연결되어 일종의 은유로 내게 다가온다. 작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형상이 중요하냐, 그 속에 담긴 내용과 주제의식이 중요하냐 누군가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그만큼 재료와 물질들이 보여주는 형상과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작업의 과정이 된다. 실리콘을 얇게 펴놓고 그 위에 기름을 조금씩 떨어뜨리면 시간이 흐르며 기름 안쪽의 실리콘은 여러 모양으로 뭉쳐져서..
예민한 언어 하고싶은 이야기를 입밖으로 내는 순간 엉뚱한 방향으로 내용이 흘러가 의도와는 무관한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주로 내가 가진 의구심이 관습과 충돌하는 경우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이를테면 ' 불만과 불신 물질들을 다루다 보면 답답한 반면 생각대로 꼭 가지 않고 자기 나름의 성질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안심되기도 한다. 아마도 기질적으로 타고난 불만과 의심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의도하는 것이 어디까지 옳은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게 해서 물질에게 선택권을 일부 넘겨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역시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불만스럽고 의심스러운' 일들로부터 온다. 시위 농성장을 꽃밭으로 채워버리는 광경, 웃고 있는 동물 표지들이 가득한 동물원, 피해자를 구제할 법안..
사유란 주인이 임의로 멈추게 할 수는 없는 노예다.(계몽의 변증법 72P) 역사 이래로 사유행위를 지속하며 논리와 합리성의 토대 위에 현재의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온 동력이 된 사유와 반성은 '물화'의 단계를 밟아갔으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따라서 멈출 수 없는 일이었다.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부단한 사회화와 관계 속에서 다듬어지는 나를 조우하는 일이다. 살아가듯,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작업하는 것은, 주변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다듬어 생각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묘하게 다듬어져가는 와중에도 주체성을 잃지 않고 특별한 개인으로 거듭나는 꿈을 계속해서 꾸다보면 어떠한 종류건, 자극을 찾게 되었다. 덮어두고 잊었거나 보지 못했던, 가까운 도처의 현상들이 지닌 부조리와 환상을 들춰내는 사유행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