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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후기

YISUP 2020. 5. 24. 21:53

 

 

출산했다!
25일 예정일인데 하루전인 24일에 낳았으니 아주 정확하게 39주 6일차에 나와준 일정 철저한 우리 고구마..♥♥

예정일을 넘기고 자연분만을 못할까 걱정되어 매일 만보이상걷기 + 28층인 우리집까지 계단 걸어올라가기를 38주차부터 열심히 했었다.

 

 

 

출산하는 방식도 여러가지, 힘겨운 과정을 통해 아기가 나오는 만큼 막달 운동 강도는 예상보다 훨씬 쎘다. 계속 러닝도 하고 운동을 했었으니 저정도를 매일 했지만 솔직히 출산하러 24일에 양수가 터져서 입원할때까지 다리 근육통이 가진통보다 더 심해서 자궁이 2센티 열릴때까지 가진통이 가진통인지도 긴가민가했다.

덧붙여 어디선가 본, 두발로 걸으면 가진통 네발로 기어야 진진통이라는 말에 꽂혀서 자궁이 4센티 열려 무통을 맞을때까지도 이게 내진할만큼 심한 진통인가 싶어서 둔하게 끙소리 한번 안내고 졸다 깨다 했다.

여튼 예정일 전에 낳겠다는 다짐으로 출산전날인 23일에 인터넷과 구글에 나온데로 걷기 / 계단오르기 / 매운거먹기를 빡세게 시전했다. (뭐가 트리거가 되었나 싶지만, 왠지 빡세게 매운걸 먹어준게 자궁을 확 자극했나 싶기도 하다.)

여튼 별 반응 없는듯하여 또 심심한 실망을 하며 침대에서 유튜브를 보고있는데 자정쯤... 아래에서 뭐가 톡! 하더니 슈르르 하고 물새는 느낌이 났다.
본능적으로 이건 양수터진듯한데 싶어서 후다닥 화장실로 가서 확인해보는데, 라이너의 쑥향이 밴 탓인가 인터넷에서 말한것처럼 락스냄새같은건 없는 투명한 물이 손바닥에 흥건히 묻어났다. 이게.. 맞나 양수? 싶어서 읭 하고있는데 순식간에 바닥으로 주르륵 흐르는 것... 뜨든 아무리봐도 양수같아서 바로 내가 갈 시온여성병원 분만실에 전화를 걸어 분만가방을 챙기고 대용량 생리대하나를 정신없이 차고 병원으로 갔다.

(이때 남편 넘나 허둥지둥 자다깨서 진짜 당황한것 같았는데 어디선가 진통이 시작되거나 산부인과를 가면 와이프를 안심시켜주라- 는 팁을 들은듯 당황하면서도 나를 진정시켜주려 손을 꼭 잡아주는데 진짜 넘나 귀여웠다ㅋㅋㅋ)

하.. 병원가는데 뭔가 실감도안나고 여러 시나리오중 진통보다 양수가 먼저 터지는 것은 깊이 생각을 안해봤던터라 걱정부터 앞섰다. 양수터지면 48시간내에 낳아야해서 제왕절개를 할수도있다는데 정말 제왕만은 하고싶지 않았기에ㅠㅠ (애기한테 자연분만이 더 좋다..! 라는 것 외에도 희안하게 나는 출산의 고통보다 수술의 고통이 왠지 더 두려웠다;;;)

심란한 마음을 안고 병원에 가니 이노무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입구에서부터 양수가 줄줄 새는데도 문진표와 체온측정을 해야해서 마음이 급했다. 그리고 운동 후 온몸이 뜨끈한 상태에 매운거까지 먹고 땀빼고 가서 그런지 내 체온은 전에없던 37도 ㄷㄷㄷ 뭔가 열이 나는것같다고 하셔서 철렁했었다. 몇번 다시 재고나니 37도에서 더 오르지않고 아픈적이나 열난적이 없어 간신히 37.5도의 기준을 넘기지 않아 병원에 무사 출입ㅠㅠ

4층 분만실에 가니 화장실에 가서 패드를 비치된걸로 바꾸고, 내가 차고온 생리대는 고대로 가지고 나오라고 하셨다. (정신인차렸음 자연스럽게 생리대 쓰레기통에 휙 버릴뻔) 뭔가 정신없는 상태로 엄청 큰 패드를 (와 이게 바로 산모패드 이구나 싶었다. 처음봐서리.. 거의... A4종이 두장 위아래로 붙여둔듯한 크기이다. 이걸 해야해서 임부속옷을 병원에 여분을 챙겨가야하나부다) 차고 양수에 흠뻑 젖은 생리대를 들고나가니 간호사쌤께서 노란색 작은 종이를 톡 얹어보신다. 그랬더니.. 오오 노란종이가 초록으로 변하는 매직!!

그렇다 양수가 맞았다.

양수가 터져서 온 경우 무조건 입원해야하기에 나는 그대로 분만실에 입원수속을 하고 병실을 일인실쓸건지 다인실 쓸건지 회음부 열상주사랑 가족분만실을 신청할건지 등등을 선택했다. (나답지않게 미루지않고 미리생각해봐서 다행..) 그러고나서 내진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안아팠다. 간호사쌤의 내진중 갑자기 양수가 울컥 엄청 터져서 다시 패드갈고 속옷입고 태동검사에 들어갔다. 이후 태동검사를 하고나서 곧바로 관장에 들어갔는데, 5분을 참겠다는 나의 굳건한 의지와 달리 절대못참아 이건 불가능이야 안데 안데 하며 2분만에 그냥 관장을 했다 (......) 제일 놀라웠던 경험중 하나.

이런식으로 배드에 누워있다가, 자유진통실이라는 짐볼과 소파가 비치된 곳으로 가서 남편과 같이 새벽 1시부터 5시정도까지 졸다 깨다 짐볼을 타다가 쉬도하고 물도먹고 자궁이 좀더 열리고 아기가 내려올때까지 기다렸다. 근데 솔직히 너무 졸립고 배고팠다ㅠ 난 내가 진통으로 병원갈거라 생각해서인지 출산전 최후의 만찬을 하겠구나 계속 생각했던지라 더 배가고팠다ㅠㅠ 졸다깨다 하고있는데 무통을 맞을건지 여쭈어보셨다. 나중에 아파지면 놓아주시는게 아니라 무통을 할거면 미리 몸에 무통주사를 설치하고 나중에 무통약을 넣는식이라 미리 진통이 심하지않을때 해주시는 거라고.. 이것도 고민없이 네! 맞겠습니다! 옆에서 남편도 맞아야지, 하는 대답을 들으시곤 지금 무통주사를 등에 설치(?) 해두기로 하고 가족분만실로 들어가서 동그랗게 새우등으로 옆으로 말아누운 자세로 하여 무통주사 설치를 했다. 주사맞으러 가는 나보다 먼저 무통의 부작용에 대해 여러가지 설명을 듣고 보호자 동의서에 싸인하는 남편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안녕~ 을 외치며 가족분만실로 먼저 들어갔다. 미리 얘기하자면 생각보다 안아픔... 사실 척추주사라고 해서 잔뜩 긴장하고 들어갔었다. 안그래도 골수채취정도를 상상하며 흐윽 어떡하지 이러고있었는데 들어가니 무슨 쇠? 로 만들어진 주사가 있었기에.. 심지어 손잡이도 막 손가락 거는 동그란 링으로 된 구멍이있어서 와 무슨주사길래 저렇게 힘주기 좋게 만들어져있지.. 싶었다ㅠ. 무통을 위해 고통을 겪어야한다니 말도안돼ㅜㅜ 하고있는데 마취과 쌤이 들어오시고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며 내 등의 척추 위치를 더듬어 주사자리를 알려주셨고, 일반주사 맞는정도로만 아플거라고 설명해주셨다. 아 그정도라면, 참을만하지..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나에게 왜 태명이 고구마인지 물어보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등의 척추뼈 사이에 따끔한 주사느낌이 났다. 그리고 무슨 관? 넣는다고 하셔서 조금 휘적휘적;; 하는 느낌과함께 1차 무통설치가 완료되었다. 다 하고나서 쌤은 위치가 잘잡혔는지 보기위해 식염수를 넣을건데 어디로 시원한 느낌이 나는지 얘기해달라고 하셨다. 등을 따라 시원한 느낌이 나고, 왼쪽 엉덩이 뒤쪽에 시원한 느낌이 났다. 말씀드리니 엉덩이가 아닌 등 가운데로만 시원한 느낌이 나야한다며 위치를 다시 잡겠다고 하시고 조금 더 휘적휘적의 시간이 흘렀다ㅜ 딱히 아픈건 아닌데 어음청 생소하고 이상한 느낌. 이리저리 조절하고나니 등가운데로 시원-하게 흐르다 빠지는 느낌이 났고, 그렇게 무통설치는 끗. 주사만 설치하는거고 무통약은 진통이 세지면 투약해주신다고 하셨다. 그러고나서 다시 배드에 누워서 태동검사를 하는데 이때부턴 확실히 진통이 4-5분 간격의 처음과는 다른 격한 진통이 시작되어서 이때 내진을 부탁드렸다. 검사해보니 자궁이 4센티정도 열린 상태라 배 안아프셨냐고 쌤이 물어보셔서 무통 설치 직후 나는 무통주사를 맞게되었다ㅋㅋ

진짜 왜 무통천국 무통천국 하는지 알겠더라. 진통이 시작되면 배에 태동검사기를 붙이고 진통간격도 같이 그래프로 볼수있는데, 대충 50~70 사이면 좀 힘든 진진통. 근데 무통을 맞으니 70이 넘어가도 뭔가 허리랑 아랫배가 죄이는 느낌만들뿐 전혀 아프지않았다. 이거부터 견뎌야했다면 나의 견딤력 인내력은 출산의 순간 바닥났으리라. 호호 하하하며 남편에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지난밤부터 굶고 잠을 못잤던 나는 배고프고 졸린... 야성의 짐승상태 가 되었다. 근데 또 무통맞고 잠들면 아기가 안내려올수도 있다해서 꾹참고 안자고 남편에게 주절주절 먹고싶은것들을 미리 주문했다. 딸기타르트, 베이크 타르트, 시나몬롤.... 하.... 배고파ㅠㅠ 사실 진진통으로 병원에가면 미리 밥먹고오라고 한다기에 마지막 만찬을 생각해두었는데 (김선생ㅋㅋㅋ) 양수가 터진 상태라 감염위험 때문에 나갈수가 없었다.. 관장도 했기에 밥도 먹을수 없었다... 하..

그래도 무통천국 덕에 남편과 여유를 부리며 커튼쳐진 베드에 있던 나는.. 잠시 뒤 내진으로 조금 더 자궁이 열린것을 확인한 후, 가족 분만실로 이동을 했다.

 

 


하.. 심쿵. 내이름과 고구마. 너무 귀엽다. 내방이라니. 내가 고구마를 만날 방이라니! 여튼 이 방으로 이동하고보니 안에 침대와 소파 아로마향초까지 아늑하게 준비되어있었다. 들어가서 또 여유부리며 한컷 찍을 여유까지...


 

 


이때부턴 몸에 수액과 무통을 주렁주렁 달고있어서 줄에 꼬여 약간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이상태로 누워있는데 자궁은 잘 열려가고있지만 아기가 내려오지않아 짐볼을하며 조금씩 운동해야한다는 간호사쌤의 말에 가족분만실로 짐볼을 하나 가져와 움직움직시작. 그러던 중 속이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했다ㅠ 열달간 입덧한번 없었는데 이렇게 울렁이다니ㅠ 어지럽고 토할것 같은 느낌에 도저히 움직일수가 없었다. 계속 속이 안좋고 미식거리자 진통보다 괴로웠고 속으로 입덧이 이런거라면 와 둘째생각이 안날수도 있겠다 싶었다. 남편을 불러 속이 너무 안좋다고 말하고 무통이라도 좀 더 맞고 진통을 가라앉힐수 있을지 간호사쌤께 물어봐달라했다. 쭈그려서 소파에 앉아 졸며 쉬며 하던 내게 남편은 나갔다 들어오며 비닐봉지 두장을 가져다줬다. 일단 무통약이 천천히 계속 들어가는 중이라 더 늘리긴 힘들고 구토감이 생기면 아예 게워내는게 나을수 있다하여..

그렇게 진통을 견디며 서너시간동안 몆차례에 걸쳐 비닐봉지에 게워냈다. 먹은게 없는지라 물만 나오는데도 왜이렇게 헛구역질이 나는지ㅠㅠㅠ 그래도 꾸억꾸억 물이랑 위액만 토해내도 뭔가 시원하더라..흑

그리고 분만실은 복도쪽(?) 으로 있는 출입문 외에도 서로 옆에 붙은 분만실끼리 바로 통하는 문이 있었는데 그 틈을 통해 두번 정도 비명.. 이라기보단 끄으악 하는 출산의 신음과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세상에!

부러움과 두려움과 심란함과 기대감이 뒤섞이는 감정으로 바로 옆방의 출산을 들으며 때가 왔구나 싶었다.
그러는 사이 해는 떠서 새벽이 지났고 계속 끙끙대던 나는 간호사쌤이 오시고 다시 분만대에 누웠다.

이번엔 뭔가 자세가 달랐다. 다리를 받침대에 올리고 발받침대에 발을 딱 붙히고 손잡이를 잡고 누웠고, 남편은 옆에 서서 내 목을 가누어주기 시작했다. 진통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면 내 배에는 어떤 기계(?) 아기 태동검사 기계가 붙어서 아기 심박수와 자궁 수축 그래프를 확인할수가 있는데 본격적인 아기 밑으로 밀어내기에 들어가면 남편이 옆에서 이 그래프와 숫자를 보며 진통이 쎄게 오고 자궁이 확 수축할때 타이밍 맞추어 내가 힘을 줄수있게 머리를 받쳐주었다. 간호사쌤은 이렇게 힘을 계속 줘서 아기를 밑으로 쭉 밀어내라고 하셨고, 아기가 충분히 내려오고 나면 서너시간 후에 출산할수 있을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삼십분마다 나를 체크하러 오시겠다고 하시고 간호사쌤이 나가신 후 남겨진 남편과 나는 처음 겪는 출산준비(?)에 이제.. 어떡하지 싶으면서도 알려주신데로 열심히 아기를 밑으로 밀어내기위해 힘을 주기 시작했다.

하으 하으아 진통이 점점 격해지자 정말 죽을맛...ㅋㅋㅋ이었다. 한참 힘을 주던 나는 아 정말 이건 좀 아닌거같다 싶은 진통을 몇번 참아보다가 남편에게 부탁해서 무통을 좀 더 늘려달라고 요청(?) 해달라고 했다. 초조하게 나갔다오는 남편과 함께 간호사쌤이 들어오시고 무통약을 늘려주시..지는 않고 내진을 해보시더니

"초산치고 빨리 진행이 되어서요, 분만 준비 들어갈게요, 한시간 후면 아기 만나실수 있을거에요"

하고 선언해주시고 나가시는 것...

오마이 ㅇㅁㅇ

뭔가.. 마음의 준비될 틈없이 간호사 쌤들이 주르륵 들어오시고 내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하셨다. 무통은요...? 하는 내 외침엔 단호하게 '이젠 무통 맞으실게 아니라 아기 낳고 가셔야해요' 하고 진짜 때가 왔음을 알려주셨다. 그렇게 나는 더이상의 무통이 없음을 받아들이고 힘을 계속 주기 시작했다.

아 정말 이게 무슨느낌이냐면 심각한 변비처럼 계속 힘을 씨게 줘야하는데 그때마다 등은 밑으로 내리고 아래를 향해 쭈우욱 눌러줘야만 했다. 그걸 대략 10초(?) 정도 유지하고 버텨야하는데, 진통이 오면 너무너무 아팠지만 그나마 힘을 주고나면 좀 덜 아팠기에 힘을 줄때마다 하 몇초뒤면 숨돌릴수있다ㅠ 하는 기대감으로 힘을 줬다. 근데 그것도 몇번, 계속하다보니 힘줄때마다 입에선 그르렁 소리가 날 정도로 부르르 떨며 힘을 줘야했고 식은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아프다ㅠ 하는 말이 계속 입에서 새어나오고 간호사쌤도 그쵸ㅠㅠ 무통 없으면 정말 얼마나 아팠겠어요ㅠ 하시며 나를 달래주셨더. 간호사쌤이 밑에서 아기를 보며 계속 힘주세요! 네! 조금더! 잘하셨어요! 를 반복하는 사이 옆의 다른 간호사쌤이 담당 주치의 쌤께 콜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선생님 지금 오셔야할것 같아요, 산모님 분만하셔야하는데.. 네 지금 바로요. 아.. 지금 다른 산모분 출산중이시라구요? 아, 근데 여기도 지금 분만 하셔야할것 같은데.."

두둥

하필 산모분들이 정말 많은날 내가 입원했더라니, 내가 출산 직전인 순간에 쌤은 다른 분의 아기를 받고 계셨다ㅠㅠ 정신은 없었지만 상황만큼은 몇마디로 파악이 된 나는 으아아아 어떡함 하는 마음속 외침을 외치고 있었고, 계속 힘주세요! 하시던 간호사님은 갑자기 자 조금 쉬어갈게요, 하시고 나를 진정시키기 시작하셨
다ㅠㅠ

근데 진통은 쉬어갈수가 없는지라 나는 나도모르게 계속 힘을 주기시작했고, 그렇게 몇분이 흘렀을까

"자자 내 장화 좀 준비해줘"

하는 외침과 함께 쌤이 등장하셨다!ㅠㅠ
왠지모를 안도와 함께 쌤이 오시고 나서 내 배위와 다리쪽에는 수술용 초록색 천이 둘러졌다. 자자 힘주시고! 하는 외침에는 힘을 끙차 더더더더더 좀 더! 지금 힘빼면 안되요! 할때는 진짜 죽어라 힘을 줬다. 하 근데 왜이렇게 자신있던 힘이 이때는 모자란건지ㅠㅠ 나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오빠 울고싶다ㅠㅠ 하고 말이 새어나왔다. 근데 울새가 어딨어 힘을 또 팍 주는데 와 진짜 정신이 나갈것 같았고 나도 모르게 숨을 안쉬었나보다. 아기가 아래에서 살짝 낀듯 간호사쌤이

"산모님- 아기가 힘들어해요, 아기한테 산소줄수있게 숨을 크게 쉬어주세요"

하는 말이 들렸다. 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힘들게 숨을 쉬려 노력하며 옆에서 머리를 받쳐주는 남편에게 아기 괜찮냐고 열심히 물어봤는데 말이 웅얼웅얼 잘 안나왔는지 남편이 못알아들었다ㅠ 그렇게 몇번을 힘주다보니 점점 숨은 쉬기가 힘들어졌고 나도 모르게 숨을 안쉬고 힘이 빠져나갔다. 아기가 산소가 모자라다는
간호사쌤의 외침과 함께 의사쌤의 지시하에 내게는 영화에서만 보던ㄷㄷ 산소호흡기가 씌워졌다. 뭔가 시원한 느낌(?)이 괜히 들면서 열심히 힘을 끙차끙차 주는데 아... 진짜 온힘에 젖먹던 힘까지!! 라는 생각으로 깡낑대는데도 뭔가 쑥 나오지는 않았다. 정신이 혼미해지다보니 이젠 힘든지 아픈지 느낌도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 다시 힘을 끙! 주는데 뭔가 쑹 하고 덩어리(?) 가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나오는건가 하고 다시 흡! 힘을 주려는데! 

"이제 힘 빼세요! 힘 빼세요!" 

하는 의사쌤 말씀과 옆에서 힘빼! 힘빼 자기야 하고 남편이 말하는게 들렸다. 하.. 이제 된건가 하고 축 처지자 아기가 나온게 느껴지고 곧이어 으앙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초록색 포대기에 담겨 눈도 하나밖에 못뜨고 퉁퉁 부은 베이비가.. 내게 안겼다ㅠ 가만히 보고있자니 뭔가 감격스러운데 딱히 할말이 떠오르지않아 얼떨떨한 기분으로 첫마디를 건넸다.

"안녕, 진짜 안에 있었구나"

초록색 포대기에 싸여서 얼굴이 반밖에 안보이는데도 너무 진짜 너무 귀여웠다. 한쪽눈만 뜨고 다른쪽은 잘 뜨지 못하고있었는데, 뜬눈쪽에 검은 눈동자며, 끈적하게 붙어있는 태지며 모든게 경이롭고 정말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게... 탯줄이 생각보다 엄청 길었다;; 내가 안고있는 동안 탯줄이 쭉 연결되어있었고, 아기를 안고있는 사이 남편이 탯줄을 잘랐는데, 사실 이건 들어서 알게된 내용이고 나는 처음보는 아기 얼굴밖에 기억나지, 다른 풍경은 몽땅 fade out..ㅋㅋㅋㅋ

짧은 만남 뒤 아기를 간호사님이 데려가시고 곧이어 남편분 이쪽으로 오세요~ 하는 말씀이 들렸다. 남편 가는 방향 따라 왼쪽을 보니 오.. 아기가.. 아기가 투명한 아기 다라이(?)에 들어가서 각종 처치(?)를 받고있었다. 오빠는 동영상을 찍기 바빴고 능숙한 손놀림의 간호사쌤이 아기를 잘 닦고 탯줄을 정리해서 클립(?)으로 마감(?)해주고 계셨다. 아기는 좀 더 우렁차게 으엥~ 하고 울었고, 그대로 다시 잘 닦인채로 이번엔 파란색 포대기에 싸여서 내게 왔다. 이번엔 얼굴이 다 보였는데, 아까보다 퉁퉁 부은 눈코입과 쭈글쭈글한 손이 보였다. 약간 붉으죽죽한 색이었는데 아무렴 그냥 진짜 다 귀여웠다ㅋㅋㅋㅋ 이렇게 도치맘이 되는가 내새끼라 이뿐가 그냥 정말 이뻤는데

그렇게 아기를 보느라 정신이 나간 사이 아래(?)에서는 의사쌤께서 태반을 빼고 회음부를 꼬메는 마무리 처치를 해주셨다. 뭔가 뻐근하긴 했지만 워낙 애기 낳느라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탓에 그리고 처음 만나는 아기에게 정신이 팔려 별 느낌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누워있는 상태로 가족분만실이었던 덕분에 엉덩이 밑에 산모패드와 함께 속옷을 다시 입었고, 그 상태로 분만실은 다시 모든게 정리된 후 방으로 변해서 나와 남편이 한숨 돌리며 휴식하는 공간이 되었다. 

아기와 의사쌤, 간호사쌤이 모두 나가신 후 수술대같은 조명이 꺼지고 남편과 둘이 남았을때 내가 했던 첫번째 생각은 

"아 이제 아기 걱정하지않고 정신줄 놔도 되겠구나"

이거였다. 낳기 전에는 아기가 제때 못내려올까봐 졸지도 못했고, 낳는 중에는 당연히 정신줄 놓으면 안되니 긴장했었고, 새벽 1시부터 아기 낳기까지 낮 1시, 꼬박 12시간 진통과 씨름하는 동안 놓지못했던 긴장의 끈을 풀고 그대로 나는 분만대 위에서, 남편은 옆의 소파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

"이제 이동하실게요~"

간호사 쌤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고, 남편은 먼저 내 짐들을 가지고 내가 있을 2인 병실로 이동했다. 분만대위에서 깬 나는 아 이제 어떻게 병실까지 가지ㅠ 아래가 말이 아닌데ㅠㅠ 하고 있었는데, 간호사 쌤께서 휠체어를(!) 가지고 오셨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휠체어였는데, 왠지 걸을수 있을것 같기도 했고, 뭔가 극진한(?) 대접을 받는것 같다보니 내가 새삼 출산을 했구나, 대단한 일을 했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휠체어에 앉은 뒤로는 굉장히 편안한 승차감으로 간호사쌤께서 옮겨주셨다. 진짜.. 뭔가 휠체어타고 이동하는데 턱 넘어가는거 문여는거 하나 세심하게 신경써주셔서 애기 다낳고나서 울컥했었다ㅋㅋ

2인실로 가서 엉거주춤 침대에 눕고 나니, 모유수유 및 아기 접종, 내가 쓸수있는 물건들과 침대 리모컨으로 조절하는 법 등을 알려주셨다. 여러가지를 한번에 듣고 남편은 출생신고 및 각종 지원금 신청 + 내가 주문한 각종 케이크 및 디저트들 (딸기타르트, 시나몬롤, BAKE 타르트ㅋㅋㅋ) 을 겟하러 떠났다ㅋㅋ 그리고 나는 첫 소변을 2시간인가 안에 봐야한다해서 물을 열심히 마시고 1시간인가 후에 쉬하기 퀘스트를 무사히 마쳤는데, 하.. 그보다 무서웠던건 출산후 처음 화장실 갔을 때 쏟아진 오로였다ㅠㅠ 정말 왈칵 쏟아져서 당황하다가 소변만 간신히 보고 어떻게 닦고 치우지도 못하고 그대로 대강 벗어놓고 나왔는데, 정말 민망함을 무릅쓰고 남편에게 피칠된 화장실을 좀 치워달라고 부탁했다ㅠㅠ (아무렇지않게 쓱 치워준 남편 고마와..)

그렇게 여차저차 시간을 보내고 나니... 첫 식사!!!!!!!!!!!! 너무 배고팠던지라 병원에서 나온 미역국에 밥과 반찬들이 어찌나 맛있던지ㅠㅠ (이후 느낀것이지만 시온여성병원 식사 너무 맛있었다. 삼계탕도 진짜 최고였고, 남편도 옆에서 탐낼정도ㅋㅋ)

2박 3일간 2인실에도 반나절정도 계셨던 산모님 빼고는 나혼자 써서 1인실 느낌으로 편하게 딩굴딩굴ㅋㅋ 화장실은 2인실이어도 각자 쓸수있게 단독이었다. 병실과 같은층에 있는 좌욕기, 샤워실 등등 이용하면서 생각보다 2박 3일만에 금방 회복했다. 그래도 여전히 5층에 위치한 아기면회하러 올라갈때 어기적 어기적 불편했지만 세상 행복했다ㅋㅋ 

다시 떠올려보면 아픈것보다 감격스러운것과 재밌었던 일만 기억나는 출산후기.. (이러다 까먹고 둘째가나..) 진짜 사실 아직도 실감나질 않는다. 내가 애기를 낳았다니ㄷㄷㄷㄷ 그래도 첫 출산이라 모든게 긴장되고 무섭기도 했는데 병원에서 워낙 하나하나 잘 챙겨주셔서 고생스럽기보단 신기한 기억으로 남는것 같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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