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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YISUP 2016. 3. 21. 00:52
예술이나 예술가를 선망하고 동경하는 마음이 작업을 계속 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이게 가능한지 요즘은 잘 모르겠다. 사람들과 잘 어울려지내며 살아가고 싶기도 한데, 내가 쫓고 있는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거나 설명하다보면 자주 길을 잃는다. 예술이 하는 일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묻는 다양한 방식의 물음에 할말을 자주 잃게된다. 인상깊었던 다른 작가노트의 한 구절처럼 낭만이나 예술은 당위와 효용, 논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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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돈도 잃었고 세력도 만들수없게 되었고 삶과 함께 가기 힘든점들이 생겼겠지. 적당히 잘-살면서 그럴듯하게 아방한작업을 하리란 기대를 버려야하는게 이거겠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왜 그런걸 하느냐, 그걸해서 어디에 쓰느냐~ 는 식의 지긋지긋한 질문을 벗어날수가 없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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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토 미술관이 없어진다. 뭔가.. 삼성 리움. 이런 곳 비슷하게 거대 자본 혹은 거대 권력 거대거대 뭐가 그리 큰지. 아무튼 시스템의 핵중심.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는데 없어진다. 자본에 진 느낌과 동시에 진짜 내 앞길은 막혀가고 있구나.. 하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든다. 미술은 왜 존재하는 걸까? 남들한테 인정받고 사람노릇하면서 칭찬받고, 계획세워서 열심히 사는걸 좋아하는 내가, 체계와 규칙 속에서 안심하는 내가 도대체 왜 미술을 하겠다고? 아니 하고싶다고? 하는 것일까나아나아아아ㅏ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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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예술에 대한 인상이 계속 남아돈다. 발언하는 방식이 남달라 감각적으로 휘둘리거나 이게 뭘까 하는 궁금증에 한참 걸려야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편이다. 효율적이지 않고 바쁜 와중에 이렇게 보아야 하는 미술이, 예술이 왜 매력이 있는 건가 나에게? 무수한 실수를 예뻐해주고, 삶의 삐딱한 무게를 계속 들어올려, 되려 잘 살아가라고 격려해주는 격의 위로를 받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예술은 힘이 없다. 계속 모였다 흩어지고 살아지고 불안한 토대 위에서 뭉치지 않고 혼자 버티는 개인들의 군상같다. 돈도 없고 거처도 없다. 아마 징징댈 힘도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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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격을 잃지 않고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뭣도 없고 실제로 뭣도 없는 환경에 처해 절절한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거친 언어를 가져오건 견디기 힘든 부조리함 한가운데에서 폭로를 담당하고 있건, '자극적'이라고 분류된 이미지를 작업을 위해 노출하고 있건 기저에는 아주 충분히 중심을 잘 잡고 균형을 잃지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편이다.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낭만적으로, 거칠지만 균질하게, 비극적이지만 명랑하게. 삶의 본질을 살펴본다면 이러한 태도가 참 건강한 정신을 가지게 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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