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녹취를 이것저것 풀고있는데 너무 빠르다. 삶의 속도와 쏟아지는 정보와 우러러보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은 저 멀리 이만치에서 벌어지는데 그걸 지켜보는 나는 한발짝을 떼기가 어렵다. 분명 내게도 확신과, 확신을 지켜나갈 지반과 생기가 있었는데 조금씩 사그라들어 불씨만이 남은 듯 하다. '열심히' 신화 속에서 무엇을 찾아 필사적으로 헤메이는데 손에 걸리는 것도 잡히는 것도 없다. 거무튀튀한, 부유하던 잔여물이거나 다른 사람이 스쳐간 희미한 삶의 자국들. 저 멀리에 보이는 곳으로 가야하는데 나는 너무 느리고 팔푼이같아 길을 따라 걷지도 못하겠다. 매일 저쪽에 그곳이 있구나 확인을 하고 기어가다 뒷걸음치다, 주저앉았다가 화를 낸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