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8일
울 사무실 후배가 읽더니 선배가 읽으면 딱인 책이에요. 읽고 시온수도회랑 프리메이슨, 성당기사단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 그러는 거다.
울 사무실 후배가 읽더니 선배가 읽으면 딱인 책이에요. 읽고 시온수도회랑 프리메이슨, 성당기사단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 그러는 거다.
오냐 알았다 그러고 한번 쭉 읽어 보았다. 시작이 제법 재미있다 싶었다. 나름대로 뒤가 궁금해지는 추리소설의 구조를 갖추었다고 생각해서 2권까지 읽다보니.... 이에 이야기가 점점 삼천포로 빠지더니 말도 안되는 반전과 헛소리로 끝을 보는 거다.
이쯤되면 기가 막힌다. 이 말도 안되는 허접 추리소설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뭘까? 결국은 시온수도회나 장미십자회 등등의 비전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기독교의 교리자체에 대한 공격과 설정 등이 주된 원인이 아닌가 싶다. 서구사회에서 기독교의 성립자체를 공격하는 소설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만 한 것이니까.
그런데, 그렇다면 공격을 해도 좀 제대로 해야 될 것 아닌가? 이 무슨 헛소리와 망발로 점철된 기독교 공격이람.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1. 예수라는 인물은 뛰어난 예언자이기는 한데,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하여 자식까지 둔 평범한(?) 가장이다.
2. 성배라고 알려진 '상징적'인 물건은 막달라마리아, 혹은 그녀의 자궁을 의미하고 그녀가 죽은 뒤에는 그녀의 유골과 예수혈족의 족보를 담은 책을 의미하게 되었다.
3. 카톨릭 교회는 성당기사단이 발굴한 예수일족의 족보가 두려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다가 나중에는 이들을 처절하게 공격하는데 이들이 지닌 그 족보로 인해 교회와 교리의 붕괴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4. 시온수도회는 근세에 까지 그 비밀을 간직해 오는데 결국 족보와 유골을 2천년넘게 지켜온 것이다.
다빈치코드가 울궈먹은 소설의 설정이다. 이 설정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마디로 지랄 옆차기도 저정도면 놀라울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카톨릭 교회가 그토록 두려워한 성배의 실체가 고작 막달라 마리와 예수일족의 족보란다. 2천년을 넘게 지켜온 비밀결사의 비밀의 실체가 고작 한 가문의 족보와 한 인간의 유골이란다. 이 설정을 가만히 보면 도대체 기독교라는 것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예수라는 인물이 어떻게 그만한 카리스마를 지니게 되었는지 신기하기 짝이 없다. 수시로 외간 여자와 입을 맞추면서, 가장 가까운 제자들에게도 여자관계를 의심받으면서, 그는 세계를 바꿀 종교의 창시자가 되었고 로마카톨릭은 다시 그의 가르침을 전부 없애고 소설을 써서 새로운 종교를 창시했다는 놀라운 사기열전!
댄 브라운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더라면 저런 헛소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리메이슨, 장미십자회, 시온수도회가 막달라마리아의 유골과 족보지키는 집단이다? 이들이 예수 종친회라도 되고 그랜드마스터는 종친회장이라는 말인가?
일전에 파토님이 프리메이슨에 대한 글을 연재한 적이 있다. 용두사미로 끝나 버렸지만 그래도 그 글이 차라리 훨씬 더 설득력있는 글이다. 성당기사단은 예루살렘에서 생과 사에 관련된 어떤 비밀을 발견했고 그 힘을 토대로 권력과 부를 축적했다는 설 말이다.
그런데 기실, 성배라던가 예수의 가르침, 카톨릭교회의 비밀등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무슨 커다란 비밀도 아닌 것이다. 이들의 비밀을 알려면 신비주의와 비전적인 가르침에 대한 기본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 세계의 신비주의는 크게 두 원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도, 아시아 계통과 이집트 유럽계통이 그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종교는 신비주의의 원형을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체계화하여 껍질만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신비주의가 종교의 형태로 타락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인류의 의식이 신비를 접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고 인류의 눈은 언제나 '베일'로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종교는 원류가 된 신비주의의 요소를 머금고 있다. 예컨대 기독교, 혹은 카톨릭은 이집트신비주의가 그리스도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인류의 영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고안된 체계다. 그리스도라는 개념 자체가 이집트의 이시스-오시리스-호루스의 신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것을 알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집트 신비주의, 혹은 이시스-오시리시의 신비는 언제나 죽음을 경험하도록 하여 입문자를 각성시킨다. 오시리시는 죽은 후 부활하여 진정한 왕이 되며 호루스는 오시리스를 쫒아 죽음을 이겨낸다. 예수는 다시 신의 아들이 되어 오시리스의 삶을 재현한다. 그리고 그는 부활하여 신비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빛나는 몸(augoeideian body)가 되어 말씀, 혹은 로고스의 신비를 몸과 정신과 영혼, 혹은 신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의 통일과 정화를 이루어 낸다.
성배는 신비주의상징에서 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솥은 동서양의 신비주의, 드루이드의 신비주의에서까지 인간의 몸을 지칭한다. 인간의 신체는 신비주의에서 거대한 신비라고 일컬어 진다. 그리스도의 몸은 인간의 몸이 모든 카르마를 정화하였을 때 가질 수 있는 가장 성스러운 빛의 몸이라는 이야기다. 그것은 성스러운 몸, 성스러운 솥이 된다.
많은 신비주의자들이 카톨릭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카톨릭의 교리는 이집트계통의 신비주의가 집약되어 현시화된 종교다. 현대의 가장 비전적인 모든 책들이 보관되어 있고 연구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티칸의 서고다. 20세기에 들어 가장 뛰어난 비전서의 저자는 뜻밖에도 카톨릭 신부다.
잊어서는 안되는 것 중 하나가 카톨릭교회와 수도원 전부가 신비주의에 입문한 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조각되어 졌다는 사실이다. 다빈치 코드에도 나오지만 쇄기돌을 만드는 자들(프리메이슨)은 카톨릭을 바탕으로 신비주의를 간직한 자들이다. 그들이 고작 유골과 족보를 지키는 자들이라고 생각했다면 코웃음 칠 노릇이다. 시온수도회와 아무런 관련없는 도제들이 만든 성당에도 가장 심오한 신비주의의 상징과 조각이 넘실거린다. 이 상징과 조각이 단순하게 육각별이나 성배를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에테르체와 아스트랄체의 상징을 이해하여야만 성당의 조각의 의미를 바르게 읽을 수 있다.
동양의 신비주의도 그렇지만 카톨릭 역시 입문자를 위한 교리와 일반신자를 위한 교리는 달랐다. 입문자들에게는 카톨릭이 있기 전부터 유구하게 간직해온 입문의 전통과 신비가 있었다. 예수는 그 신비를 가장 극명하게 체현하여 보여준 로고스의 체화였다. 로고스의 체화는 이집트신비주의에서 오랫동안 전승되어온 신비였고 유대 카발라에서 준비되어온 신비이기도 했다. 카톨릭은 이 신비를 그저 일반인에게 전달하기 쉬운 형태로 요약하고 전하는 역할을 했다. 그것은 그것대로 인류의 진화에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 많은 입문자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다빈치 코드에 등장하는 시온 수도회는 신비주의 원류에 있어서 아무런 중요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집단이다. 장미십자회, 성당기사단은 프리메이슨의 연관성에 있어서 근대의 서구 신비주의 단체, 특히 이집트전승의 단체에 있어서 정신적인 원류가 되는 집단이지만 시온수도회는 방계중에서도 방계가되는 집단일 뿐이다. 이들이 마치 모든 신비주의의 비밀을 쥐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 다빈치코드는 동시이 이들 집단이 종친회라고 이야기함으로 모든 신비주의를 조롱하고 있는 셈이다.
댄 브라운이 [성혈과 성배]를 베낄 생각을 하지말고 조금만 제대로된 서적을 참조했더라면 훨씬 의미있는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예컨대 뉴에이지에 심취된 얼치기가 아니라면 보병궁(물병자리)의 시대는 피와 전쟁의 시대라는 신비주의 서적이 얼마든지 나와있다. 티빙정도로 제대로된 연구를 한 사람이라면 보병궁이 천왕성의 지배를 받는 시대라는 스패어의 책정도는 구해서 읽었을 것이다. 따라서 보병궁시대니까 비밀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니 어쩌니 하는 헛소리는 하지 않았을 테고. 또한 루돌프 슈타이너는 많은 서적에서 장미십자회의 본질과 이집트 전승을 이야기 했다. 신비주의와 성당의 기고, 중세그림의 도상학을 공부하는 인간이 슈타이너의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다.
이정도의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본서에 나오는 모든 지식이 사실과 부합된다는 헛소리를 할 수 있는 댄 브라운의 배짱이 부러울 뿐이다. 그레이엄 핸콕은 표절과 아전인수와 왜곡을 일삼으면서 그래도 참고문헌이라도 제대로 적어 놓았다. 댄 브라운은 다른 엉터리 책을 베껴 소설로 만들면서 학계에서 욕먹을 일도 없으니 얼마나 속편한가. 소설가가 이래서 속편한 직업이다.